본 컬럼은 2022년 12월에 서울대학교 뉴스룸 동문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가문 헌법’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가문 헌법’을 정의하자면 ‘한 가문의 가치와 목적을 정의하며 미래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규칙과 지침을 제공하는 문서’라고 할 수 있다. 가문헌법을 입안한 가족구성원은 문서 내용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가문헌법을 기록하면서 입안과정에 참여하는 가족 구성원들은 가족의 역사와 핵심 가치관, 부(富)와 자산에 대한 사상, 그리고 중요한 이슈에 대한 입장을 압축하며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 또한, 가족 구성원들에게 공용자원을 어떻게 활용·분배·투자·기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칙과 가이드라인도 정확히 기술해야 한다.
가문 헌법은 왜 있어야 하는가?
미래의 가문 리더가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을 내릴 때 명료성, 내구성, 유연성 사이에 균형이 잘 잡힌 가문헌법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잘 만들어진 가문헌법은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지혜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의 가문 리더들이 상속할 물질적 풍요와 윤리적 유산을 잘 키우고 보완할 결정을 내리도록 할 수 있다.
실은, 계승자가 가문헌법 없이 ‘세대 간 부의 이전’이라는 항해를 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탑승한 배로 대서양을 건너면서 나침반과 지도도 없이 신입선원에게 항해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갑작스럽게 선장이 된 사람이 조타수를 잡게 되면 결국 그 배는 수평선 끝에서 표류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문헌법을 만드는 것이 지금 당장은 불필요한 비용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가문의 현재 ‘선장’이 은퇴할 때가 왔을 때 가문헌법을 갖춘 가문은 항상 더욱 아름답고 장엄하게 목적지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가문 헌법의 구성 요소
우리의 생김새가 서로 다른 것처럼 가문도 각기 다른 가문헌법을 가지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가문헌법은 다음의 기본 구성요소를 포함한다.
① 설립자의 가치관
물리적인 재산 외에도 설립자가 후계자들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가치관과 윤리원칙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치관의 생성은 일반적으로 가업을 창립하고 키워나가는 과정을 포함하는 그 가문의 역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가문의 역사를 가문헌법에 간략하게 소개하며 그 맥락을 바탕으로 생긴 ‘가문 가치관’과 ‘윤리’를 묘사한다.
② 자산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목적
돈을 버는 것도 좋지만, 행복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꾸리기 위해 경제적인 번영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부를 지향하는 목적을 정의하는 것이다. 가문헌법을 작성하면서 ‘가족은 어떤 공동 가치관과 윤리적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와 ‘가족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부를 어떻게 분배했으면 좋을지’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그에 맞추어 작성되어야 한다.
③ 가정 내 ‘거버넌스’의 구조와 과정
가문헌법에는 가문의 의사결정 과정과 가문의 구성원이 누구인지부터 혼란이 없도록 투명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가족의 일부로 살아온 혈족, 결혼을 통해서 친척이 된 사람, 심지어 어린 시절 친구와 애완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가문의 리더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족’의 정의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 이를 분명하게 정의하는 것이 좋다. 가문 내 ‘가족 위원회’의 임명·구성·의무 및 구성원들이 만나는 빈도와 목적도 설명해야 한다. 법인조직과 비슷하게 각 가족 구성원의 직급과 역할을 명시하는 내용도 포함하는 것이 좋다.
④ 가문헌법의 개정
시대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가문헌법의 개정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가문헌법을 작성하면서 ‘수정조항’도 포함되어야 한다. 유연성과 내구성이라는 두 상극된 요소들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가문헌법을 입안하는 것은 아마도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작성 초기에 전문가의 조언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다. 때문에 패밀리오피스에서 일하는, ‘우리 가족의 독특한 상황’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와 상담을 받고 가문헌법을 입안하는 것이 좋다.
가문자산의 핵심과 목적
패밀리오피스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가문헌법을 편견없이 입안·해석·집행하는 것이다. 물리적 자산 외에 다음 세대가 승계받아야 하는 태도·가치관·윤리원칙을 포함한 무형유산 또한 가문헌법에 기록하는 것이 좋다. 후대가 설립자의 유산과 의도를 지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가문헌법의 초기 작성시점부터 세부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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